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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무제 (미완성)

박잉요 2015. 11. 13. 14:08


사람들의 발소리가 들렸다. 아침이여서 그런가 직장인들이 많았다. 현재 샐러리맨은 아침이 되면 바빠진다.그들의 아침은 시한폭탄이다. 정해진 시간에 도착하지 못하면 터진다. 자신의 상사가 말이다.
휴대폰으로 시계를 보았다. 여유가 있다. 땀을 흘리며 급하게 지하철을 타는 남자를 보니 한심하게 보였다. 남자말고도 다른 직장인들이 지하철에 탔다. 문이 닫히고 지하철은 사라졌다. 사라졌다? 응?! 저거 타야되는데!
현재시각 9시. 상사에게 당연히 혼나겠지. 그때 급하게 뛰어가는 남자를 보며 여유를 부렸다가 내가 봉변을 당했다. 늘 타던 지하철 인 줄도 모르고 가만히 있었다니. 난 아무래도 사회에 맞지 않는 거 같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김대리 왜 이렇게 늦었어?!”

가방을 던지듯이 책상에 놓고 상사가 가져 온 서류를 보았다. 오늘도 전쟁이다. 아침에 오면 동료들은 정신이 없다. 나는 빠르게 서류들을 정리하고 거래처에 전화를 걸었다.
현재시각 오전 10시 7분. 마지막 거래처의 전화를 끊고 쓰러졌다. 눈짓으로 다른동료들을 보니 나처럼 책상에 누워있었다. 몇 명은 이미 자는지 코고는 소리가 들린다. 그들을 보니 졸음이 몰려온다. 결국 졸음을 참지못하고 옆에있는 베게를 가져와 잠을 청했다.


「우웨에엑..」

「..괜찮겠어?」

「상관하지마! 저리꺼져...」

「김승희!」

「끽, 후배들한테 관심도 없더니 내 이름은 알고있네? 그거 외울시간에 일이나 해, 이 싸가지야!」

「눈치없는 새끼.」

「너 방금 나한테 욕했어? 내가 여자라고 만만하냐?」

「...」

「뭐라고?」

「...나」

「안 들려!」


“일어나, 승희야!”

“힑?!”

옆을 돌아보니 미영이가 보였다. 이름은 나미영. 얘는 내 대학친구이자 같이 면접에 붙은 녀석이다. 나는 그 애를 보자 베시시 웃었다.

“헤헤,오늘 점심은 뭐야?”

“누가 밥 먹자고 온 줄 알아!”

“그럼 뭔데?”

약간 긴장한 표정의 미영이가 내 귀에 말하였다. 소곤소곤 얘기하더니 귀에서 떨어졌다. 손이 수전증에 걸린 듯 떨렸다. 내가 사고를 안 치려고 열심히 했는데. 이미 동료들도 눈치를 챈 것인지 시선이 나한테 오고 있었다. 들리지 않게 한숨을 쉬어 자리에 일어났다.

“어디로 가면 돼?”

“3층 맨 왼쪽,그것보다 너 무슨사고를 쳤길래.”

“지각한 거 말고는 없는데.”

누군가 내 어깨에 손을 올리더니 한심한 눈으로 나를 내려다 보았다. 그를 보자 표정이 굳어버렸다. 동기인 김민호였다. 얘는 날 항상 한심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너 전에 서류체크 잘못해서 회의 할 때 엄청 힘들었던 거 기억 안 나냐?”

“그건 컴퓨터에 오류가 생겨서 그랬지.”

“아아-항상 지각을 해서 그런가?”

녀석의 얼굴이 재수없어서 입을 주먹으로 때렸다. 퍽 소리가 나더니 나한테서 떨어졌다.

“아무튼 갔다올게. 짤릴지는 몰라도 죽지는 않을거야.”

3층은 너무 조용하였다. 여기에 사람이 있기는 한가.내 발소리만 들렸다. 그의 얼굴을 본 사람은 전부 짤렸다는 얘기가 있는데 그러면 난 이제 짤리고 폐인생활을 해야겠군. 길게 느껴지던 복도의 끝이 보였다. 들어가고 싶지않은 방도 보였다. 손잡이를 잡기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잡을까말까 하다가 손이 무의식적으로 손잡이를 잡았다. 끼익하는 소리에 문이 열렸다. 조심스럽게 발을 방에.

“노크부터 하는 게 예의아닌가?”

흠칫. 바로 앞에 남자가 보였다. 방이 어두워서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아,그 김승희 대리입니다만.”

“들어 와.”

목소리를 다시 들어보니 늙은 거 같지 않았다. 내 또래 녀석이랄까. 어쨌뜬 들어오라는 말에 조용히 문을닫고 들어왔다. 남자는 방의 불을 켰다. 힉. 넓다. 너무 넓다. 우리 사무실하고 비슷하다.

“이봐.”

그를 보았다.

“...”

기억하기 싫은 얼굴이였다.

“얼른 앉아.”

남자를 보고 웃을 수가 없었다. 정말 꼴도 보기싫은 얼굴이라 욕을 하고 싶었다. 애써 빡침을 참아 쇼파에 앉았다. 남자와 마주앉아 보는 것도 빡친다. 얼굴을 찢어버리고 싶다. 남자가 한숨을 쉬더니 나를 보았다.

“그동안 김대리가 한 걸 봤는데 고쳐야 할 것들이 많더라고.”

이젠 아는척도 안 한다. 하긴 어처피 남남이니까.

“..그렇군요.”

“얘기 할 건 이거 뿐이야.힘들었을텐데 돌아가 봐.”

“..네.”

문을 닫자마자 방문앞에 가운데 손가락을 올렸다. 그 녀석 아까 날 보더니 흠짓하였다. 행동으로는 아니지만 눈이 놀란 거 같았다.

‘개새끼.’

걔도 내 이름만 듣고 동일인물로 생각 했을 것이다. 나도 처음에 왔을 때는 녀석의 이름을 듣고 동일인물인줄 알았으니까. 하지만 기분은 나빴다. 걔 성격이라면 동일인물이여도 바로 잘랐을텐데 왜 가만히 냅둔거지? 사무실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드라마나 소설처럼 상대를 보면 놀라야 되는데 모르는사람이라도 보는듯이 말을 했다는게 짜증이 났다. 그 냉정한 성격은 똑같네. 바뀐 게 하나도 없어. 사무실 문을 열자 시선이 또 나한테 왔다.

“승희야! 너 설마.”

“걱정마,안 짤렸으니까.”

갑자기 주위가 씨끄러워졌다. 실망한 것이 아닌 환호성? 미영이가 내 어깨를 잡더니 우는듯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처음으로 니가 그 분에게 잘리지 않고 왔어. 다른 사람들은 전부 쫓겨났다고.”

그 새끼가 뭐라고 그 분 이라고 말하는거야? 여기 회사를 짓기라도 한건가.

“그냥 서류중에 고칠 것들이 많다고해서 부른거래.”

“너 짤렸으면 나도 이 회사 못 다녔을거야.”

맞는 말 이긴 하다. 면접 때 한명이라도 떨어지면 바로 포기하기를 약속 했었는데 운좋게 같이 붙어서 지금까지의 생활을 하고 있는거다. 그가 있는 회사인 것도 모른 채 좋아하였다. 남들이 모르게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현재시각 9시 30분. 퇴근 할 때가 되었다. 아니, 야근이 끝날 시간이 되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몇 명의 자리에만 빛이 보였다. 이제 오늘 할 것도 끝났으니 그만 가는 게 좋을 거 같다. 내 옆자리인 미영이는 밤샘 작업을 하느라 집에 가는 걸 까먹은 듯 자고있었다. 깨우기도 그래서 먼저 자리에 일어났다.
밖은 어둠이였다. 생활비도 줄이기위해 버스를 타고 다닌다.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갔다. 지금쯤 그 녀석은 뭐하고 있으려나. 슝 하는 소리에 옆을 보았다. 어떤 버스가 사람들을 태우고 사라졌다. 또 아침에 타야 할 지하철처럼 막차인 버스를 놓치고 말았다. 이젠 화 낼 기운도 없어 한숨만 내쉬었다. 집에서는 그리 멀지않은 거리니까 그냥 걸어가기로 하였다.빵빵하는 소리에 옆을 돌아보자 흰색 승용차가 보였다.

“집에 가냐?”

그 녀석인가 하고 욕을 하려다가 말았다. 녀석만큼 재수없는 김민호였다.

“지금쯤이면 막차도 갔을텐데-”

“생활비 아껴야되서 걸어 가려는 거야.”

“택시비 안 받을테니까 타, 바래다줄게.”

“... 그래.”

확실히 차가 좋았다. 걷는 것 보다 빠르긴 하구나. 편안한 승차감에 피로가 몰려왔다.

“여기서 자면 안 깨운다.”

그 말에 벌떡 일어났다. 하여간에 재수없는 녀석. 승용차가 집 앞에 세워졌다. 고맙다고 말한 뒤 문을 열려는데 잠겨있었다.

“김민호, 이거 문 안 열리는데?”

“... 잠깐 얘기 할 거 있는데 시간되냐?”

늘 깐죽거리던 녀석한테 진지함이 느껴졌다. 이럴 때 거절하면 회사에서 날 골탕먹일지도 모르니.

“... 본론만 말해.”

“아는사람이야?”

“아는사람이냐니 누구.”

“사장이란 놈 말야!”

갑자기 화를내서 깜짝놀랐다. 뭐야 얘. 내가 그 녀석이랑 어떤사이인 줄 안건가.

“아니,처음보는 사람이야.”

“오늘 집에 들어가지 않는 게 좋겠어.”

“뭐?그럼 어디 ㄱ...”

반대쪽 뒷문이 열렸다. 문을 연 사람을 보자 기분이 더러워졌다. 니가 왜 여기 있는 거냐고.

“...”

“그 성격은 여전하네, 김민호.”

여전하네? 아는사이 였던거야? 난 이 사이에 껴 가지고 뭐하는거지. 얼른 집에 들어가야.. 젠장, 문이 잠겨있었지.

“...”

“..김승희,나와.”

그 녀석이 내 팔목을 잡더니 차에서 나오게 하였다. 이게 무슨상황인거야. 당황한 나머지 정신이 혼미해지는거 같았다. 녀석이 내 팔목을 잡고있는것도 까먹은채 말이다. 갑자기 김민호도 차에서 내리더니 녀석 앞에 섰다.

“버리던 거 아니냐?”

“다시 재활용하려고.”

“너처럼 깔끔한 놈이 재활용을 한다고?”

“쓰레기도 재활용은 할 수 있어.”

“할 수 있는 게 있고 없는 게 있어. 그때처럼 버리지그래? 너만 더러워져.”

“짤리고 싶지 않으면 닥치고 일이나 해.”

“개새끼야!”

김민호의 말을 무시 하듯이 집으로 향하였다. 발걸음이 멈추더니 녀석이 김민호를 돌아보았다.

“뺏고싶으면 뺏어 봐, 난 내 물건을 소중히 여기니까. 흠집이라도 나면 그때 넌 죽는거야.”

녀석이 내 팔목을 잡고 있단 것이 생각나자 손을 뿌리쳤다. 녀석은 아무 말 없이 나를 쳐다보았다. 그렇게 보면 어쩔건데 불만있어? 이젠 당신 말 안 들을거라고. 짜증나는 표정으로 녀석을 쳐다보았다. 차가운 눈으로 날 내려 다 보더니 어딘가로 향하였다.

“지금 어디 가시는 겁니까?”

“니네 집.”

“사장님이 무슨이유로 제 집에 가시는거죠?”

“우리 둘 밖에 없잖아.”

“죄송하지만 그만 가주세요.”

“쓸데없는 예의는 집어치워.”

“그럼 솔직하게 얘기할까요? 얼른 돌아가주세요.”

녀석의 표정이 점점 굳어가고 있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쓸데없는 예의라니. 어처피 남남이니 예의는 지켜야 되는 거 아닌가?

“김승희.”

“10시가 넘었습니다. 남자가 늦은 밤에 여자집으로 가는 건 실례입니다.”

“김승희.”

“남은 서류결제들은 내일 하겠습니다.”

“김승희!”

“정 급하신거면 오늘 밤이라도 새서 메일로 보내드릴까요?”

쾅.
녀석이 근처에있던 벽을 주먹으로 쳤다. 조용해졌다. 먼저 말을 꺼낸 건 나였다.

“무슨얘기를 하려고 여기까지 온겁니까?”

“그 놈의 존댓말 그만하지? 니 성격에는 안 어울리니까.”

“아니요.상사시니까 존댓말과 예의는 기본입니다.”

“... 그동안 잘 지냈냐.”

“처음보시는 분이 왜 그런 걸 물어보는지 모르겠지만 누군가와의 인연을 끊자마자 좋은일만 생겨서 잘 지냈습니다.”

이빨갈리는 소리가 들렸다. 속으로 그를 비웃었다. 한심한 녀석.

“...잘 지냈다니 됐어.”

자기가 진 걸 인정 한 것 인지 자신의 차로 향하였다. 나는 뒤도 보지않고 집으로 걸어갔다.




-석우시점-

오늘도 그녀는 전화를 받지않았다. 벌써 2주가 지났다. 카톡으로도 답장이 오지않았다. 혹시 바람을 피는건가. 그럴 수도 있다. 그녀가 나랑 데이트를 할 때도 다른남자가 지나가는 걸 봐도 눈짓을 하니까. 그런생각에 밖으로 나가보았다. 거리에는 커플들이 많았다. 그들을 부정적으로 쳐다보는 사람들도 보였다. 툭하고 누군가와 어깨를 부딪치자 나는 상대에게 사과를 하였다.

“...아니예요, 저도.”

남자는 어디론가 급하게 뛰어갔다. 아까 그 목소리는. 남자가 뛰어 간 곳을 미행하고 말았다. 남자는 그녀의 후배 인 걸로 알고있다. 몇 번 만나봐서 거리에 봐도 인사 정도는 하는데 왜 그냥 간거지. 남자가 어딘가를 보더니 환하게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미안, 많이 기다렸지?”

“나도 방금왔어.”

애인인가. 그녀랑 정 반대의 외모였다. 안도의 한숨이 쉬어졌다. 남자가 그녀랑 몰래 사귀는 줄 알았다. 드라마에선 그런 반전이 많이 나오더니 현실은 다르긴 하구나. 가벼운 발걸음으로 가려는 순간 듣기싫은 말을 듣고 말았다.

“승희언니가 오늘 미국으로 갔다 그랬지?”

“응, 이제 여기는 지겹다고 바로 표 끊고 가버렸어.”

“하여간에 그 언니는 성격도 급하다니까- 그러고보니 남친있다고 그러지 않았어?”

“나 방금 그 선배랑 부딪쳤거든.”

“그러면 말한거야?”

“알아 볼 줄 알았는데 죄송하다며 사과 하더라. 못 알아본 거 같아서 바로 뛰어왔지.”

그들의 대화는 이제 들리지 않았다. 그녀가 날 버리고 가 버렸다. 바람이 아닌 잠수였다. 분노보다는 서운함이 느껴졌다. 뭐라 화 낼 기운도 없었다. 이렇게 뒤통수를 맞은 건 처음이였다.
3년의 시간이 흐르고 난 어느 회사의 사장이 되었다. 그녀를 잊고 일에만 시간을 쓰다보니 벌써 사장이 된 것이다. 물론 내 실력과 조금의 빽으로 된 거지만. 드라마같은 얘기가 현실이 되었다.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신인사원들이 면접을 보는 시기가 왔다. 종이를 훑어보다가 손이 멈췄다. 김승희라는 이름이 보였다. 동일인물 인가. 왠지 기분은 나쁘지만 떨어트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최종명단표에는 김승희라는 이름이 보였다. 나도 모르게 웃음을 지었다. 이런 이름이 한두명도 아닌데 좋아하다니. 그리고 사원들이 대리가 될 쯤 그들의 서류를 보았다. 또 손이 멈추었다. 또 김승희인가. 그녀의 서류가 수정이 안 좋았다. 부르고 싶지는 않지만 이렇게 위에다가 보내면 나만 욕을 먹으니 호출을 하였다. 기다려도 오질 않았다. 뭘 하고 있길래 안 오는거야? 손잡이가 움직였다. 그리고 발이 보였다. 대리주제에 인사도 안 하고 들어온건가. 의자에 일어나서 그녀를 보았다. 아주 짧은순간이였지만 내 눈을 의심하였다. 진짜 김승희였다. 내가 3년전에 알던 김승희다. 이런 우연이 있다니 이건 뭐 현실이 드라마군. 하지만 외모가 비슷하고 다른사람 일 수도 있으니 일단 모르는 척을 하였다.

“노크부터 하는 게 예의아닌가?”

그녀는 흠짓하더니 날 쳐다보았다. 놀란 것도 닮았다.그녀가 놀라는 건 드문일이였는데. 혹시 날 알아본건가.

“아, 그 김승희 대리입니다만.”

긴장한 거같다. 내가 누군지 알면 바로 욕설부터 할 것이다. 웃음을 참으며 문을 마저열었다.

“들어 와.”

그녀가 들어오더니 문을 닫았다. 좀 어두운 거 같아 불을 켜줬다. 그녀가 또 놀란표정을 지었다. 예전보다 많이 순진 해진 거 같다. 그녀가 날 보더니 표정이 굳어졌다. 역시 싫어하던 사람을 회사에서 보니 기분이 나쁘겠지.

“얼른 앉아.”

무표정으로 쇼파에 앉았지만 눈은 날 죽일듯이 쳐다보았다. 한숨이 나왔다. 그녀를 기분 나쁘게 만들었다. 얼른 할 얘기만 하고 보내줘야겠다.

“그동안 김대리가 한 걸 봤는데 고쳐야 할 것들이 많더라고.”

“...그렇군요.”

상당히 화난 듯 한 반응이였다. 그렇게 말하면 난 어쩌라는 거야. 다음 말을 도저히 못할 거 같다.

“얘기 할 건 이거뿐이야.힘들었을텐데 돌아가 봐.“

“...네.”

이빨 갈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갈 때도 무표정 인 채로 사라졌다. 그녀가 나가자마자 바로 뻗었다. 다른 사원들이면 잘못 된 것을 다 말해야 할텐데. 내가 얘기 해야 할 것중에 반도 못하였다.

“젠장.”

저절로 욕이 나왔다. 미련이 남은건가 꼭 해야되는 말을 못하였다.




-승희시점-


열쇠를 넣어 문을열었다. 화장실을 제외하면 방이 2개밖에 없는 초라한 집이였다. 거실문을 열자마자 바로 현관이 보일정도로 좁았다. 하지만 혼자 살기엔 만족스럽다. 방으로 들어 가 가방을 침대에 올려놓았다. 오늘은 잊을 수 없는 날이 되버렸다. 지각을 하질않나. 그 새끼가 부르질 않나. 김민호와 그 새끼가 싸우지를 않나. 그 새끼가 날 데려가질 않나. 그 새끼가. 그 새끼가. 그 새끼가! 분노가 치밀어 올라 침대를 주먹을 내리쳤다. 베개를 얼굴에 쳐 박은채 소리를 질렀다. 정말 진심으로 화가 나 위에서 올라오든지 말든지 소리를 질렀다. 베개덕분에 밖에서 날 정도의 소리는 아니여서 아무도 올라오지 않았다. 한참 소리를 지른 뒤에야 속이 시원해져 멍하니 침대에 누워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이상하다. 버린 쓰레기한테 놓고 온 거라도 있어? 그리고 뭐? 재활용을 한다고? 웃기지도 않는 소리를 지껄이는구만. 빨리 소개팅을 하던가 누구를 만나던가 해야지. 이러다가 끝까지 쫒아 올 기세다. 그러고보니 아까 김민호가 차 안에서 물어봤었는데.

「아는사람이야?」

「사장이란 놈 말이야!」

이 자식 혹시 나한테 관심있나. 저절로 코웃음이 나왔다. 나보다 엘리트인 그 녀석이 날 좋아할리가 없지. 그 녀석은 자기보다 실력이 우수하거나 버는 돈이 높은 여자만 만난다. 난 오히려 떨어진데다가 월급도 조금 차이가 난다. 그러니 좋아하기는 커녕 불쾌하다고 말 안하는게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