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5분 뒤에 녹화하니까 준비해주세요!”
PD처럼 보이는 남자는 급하게 말하고 카메라들이 많은곳으로 향했다. 재벌집 만큼의 큰 세트장에는 많은 양의 조명들이 위에 있었고, 앞을 보면 큰 스케치북에 대사는 쓰는 작가들과 잘 돌아가는지 확인하기 위해 카메라 점검을 하는 카메라감독과 관계자들, 조명이 잘 켜지나 점검하는 조명감독과 관계자들, 연출가와 프로그램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감독 등 이제 익숙해졌다.
PD가 말한 5분이 지나고, 남자는 큰소리로 말하였다.
“녹화 시작하기 5초 전 4, 3!”
2, 1은 말없이 손가락으로 세주고 녹화시작이라는 손짓을 보여주었다. 동시에 MC는 가운데에 있는 카메라를 향해 웃음을지으며 인사를 하였다.
“안녕하세요. 크레파스의 리사나 입니다. 오늘의 게스트는 누구나 이름을 들으면 다들 아실만한 분입니다.”
옆에 앉아있는 사람은 약간 긴장한 얼굴이다. 그리고 PD가 웃으라는 손짓에 어쩔수 없이 웃는다.
“드라마 ‘요정의 날개’ 로 유명해지신 분이시죠. 나츠 드라그닐씨 모셔봤습니다.”
세트장 밖에는 미리 녹음해놓은 박수소리와 환호성을 들려주자 카메라는 나츠라는 사람쪽으로 돌렸다. 작가들이 큰 스케치북에 미리 써 놓은 대사를 보며 말하였다.
“안녕하세요, 나츠 드라그닐 입니다.”
조금 더 큰 박수소리가 들리고 MC도 나츠를향해 박수를 쳤다. 박수소리가 멎어지자 MC는 나츠를보면서 말하였다.
“실제로 보니까 여자보다 더 예쁘시네요. 피부도 좋으시고요.”
“하하... 감사합니다.”
“저번주가 요정의 날개 마지막화였죠?”
“네, 11월 28일에 끝났습니다.”
“시청자들이 아쉽겠네요.”
라고 말하면서 아쉬운표정을 지었다. 그한테는 이제 끝나서 좋아 하였지만 방송을위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드라마 치고는 좀 긴 촬영이여서 정들었던 감독님이랑 다른 관계자분들이랑 헤어진다는게 슬펐어요.”
“이제 7년 되었나요?”
“네.”
“다음 질문으로 넘어 가볼게요. 나츠씨는 어릴때 어떻게 자라셨나요?”
MC는 대사를 넘기면서 말하였다. 갑작스런 질문에 나츠는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그러더니 다시 밝은표정이 되더니 말하였다.
“다른 애들처럼 평범하게 자랐죠, 뭘... 하하.”
“그럼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PD의 말에 사람들도 수고했다는 말을 하였다. 무대에 있는 둘은 같이 내려왔다.
“나츠씨, 수고하셨어요.”
“네, 리사나씨도요...”
“... 어디 안 좋은일 있으세요? 얼굴색이 조금 파란거같은데...”
나츠는 다급하게 얼굴을가리면서 아니라고 말한 뒤 세트장을 나갔다.
나츠가 온 곳은 자기만 쓰는 대기실이였다. 여기서 의상이라든지 등을 준비하는 곳 이였다. 문을 닫고 잠그기까지 하였다. 그리고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창문쪽으로 향했다. 아직 3월이지만 좀 추워서 그런건지 이것 또한 닫고 잠그었다. 나츠는 이제 안심이되는지 쇼파에 털썩 앉았다. 방금 녹화할 때 MC의 질문이 생각났다.
‘나츠씨는 어릴 때 어떻게 자라셨나요?’
얼렁뚱땅 답변을 해주었지만 그건 평범한애들이 그렇지 자신은 아니였다. 평범한 아이들과 다르기때문에 그런 것 이다.
오후 11시가 되었다. 창밖으로 본 하늘은 새 까맣다.
“나츠.”
빨리 이번년도가 끝났으면 좋겠다.
“나츠!”
큰소리에 나츠는 깜짝놀라서 옆을 보았다. 매니저가 화난 듯 째려보았다.
“왜 그래?”
“집에 다 왔어.”
그러고보니 집 대문이 보였다. 나츠는 매니저에게 고맙다고 말한 뒤 차에서 내렸다. 차가 떠나는 것을 보고 집으로 들어갔다.
항상 보는 거지만 혼자사는 집치고는 너무컸다. 가수여서 앨범도 녹음해야하고, 한가하다 싶으면 드라마감독이나 영화감독이 전화를 하여 출연해달라 하고, 그 외 아까처럼 토크쇼나 예능 프로그램 등 정말 쉴 틈이 없었다. 지금도 빨라야 11시, 늦으면 밤을 새가지고 들어 온 적이 있었다.
그래도 가정부덕분에 집이 깨끗했다. 언제는 먹고싶은음식 있으면 써놓으라는 말도 있었다. 가정부는 나츠가 방송국에 있을시간에 왔다가 간다.
씻은 뒤, 옷을 갈아입었다. 머리를 수건으로 털면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머리도 거의 다 말라졌으니 수건을 책상에 올려놓았다.
시끄러운 알람소리가 들렸다. 이불에서 손만 꺼낸채 더듬거리며 알람시계를 껐다. 요란하게 떠들던 시계가 꺼지고 부스스한 머리로 침대에서 일어났다.
하품을 하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옷을 다 갖추고 머리도 뻗친곳이 없는지 만져보았다. 준비가 다 갖춰진거 같으니 현관으로 향했다.
“부장님!!”
출근하자마자 후배가 불렀다. 그레이의 예상으로는 사장이 호출 한 것 일꺼다. 자신의 책상에다가 가방을놓고 후배를보았다.
“무슨일인데?”
“사장님이 사장실로 오시래요.”
예상했듯이...
그레이가 부장으로 승진했을때부터 일이 더 꼬인거같았다. 사장은 매일같이 자신을 불러서 화풀이용으로 쓰이는건지 아무리 잘 된 업무라도 뭐가 잘못됐다며 짜증을부렸다. 또 어떤소리를 들을까라는 생각을하면서 사장실로 향했다. 노크를 한 뒤 문을열고 들어갔다.
“부르셨습니까, 사장님.”
“... 어, 왔군 자네에게 부탁이 있어서 불렀네.”
자존심이 쎈 사장이 웬일로 부탁을 하는 건지... 앉으라는 손짓에 그레이는 가까이있던 쇼파에 앉았다. 사장도 그레이 앞에있는 쇼파에 앉았다.
“무슨 부탁이신가요?”
사장은 아무말 없이 책상에 사진을 올려놓았다. 뭔가하고 사진을 봐 보니 잠깐동안 숨이 멎었었다.
“이 사람에 대해 아는게있나?”
“... 나이를 먹어서 그런 지 잘 모르겠네요...”
그레이는 어색하게 웃었다. 이해가 간다는 표정에 사장은 나가 보라는 말을 하였고, 그는 인사를 한 뒤 사장실을 나갔다.
자신의 자리에 앉아 생각해보았다. 저 사장이 왜 나츠의 대해 아냐고 물은거지? 자연스럽게 오른손은 키보드로 향해 암호를 풀었다. 그의 컴퓨터 암호는 나츠의 생일인 7월 2일. 즉,0702이 였다.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달칵거리며 문이 닫혔다. 달이 보이는 밤 10시, 그레이의 모습은 딱 봐도 야근을 하는 직장인모습 이였다. 넥타이는 느슨하게 풀려있고, 머리도 아까 아침에 일어난 것 처럼 부스스하였다. 잦은 야근 때문인지 다크서클도 보였다. 마지막 문단을 쓰고 엔터키를 누른 뒤 저장버튼을 눌렀다. 이제 자신이 할 일은 내일 것까지 끝냈다. 그레이는 기지개를 피며 눈을 비볐다.
“후... 죽겠다...”
잠시 눈을 감고 있다가 가야 돼겠다는 생각에 정장마이와 가방을 들고 문으로 걸어갔다.
신발을 벗고 거실로 향했다. 평소보다 더 많이해서 그런지 팔목과 허리, 목에는 뼛소리가 났다. 이대로 자고싶지만 자신의 스트레스를 풀어줄 곳으로 향하였다. 깜깜한 안으로 들어가 스위치를 더듬거리며 눌렀다. 벽에는 벚꽃색 머리칼을 가진 남자가 있는 포스터가 붙여있었고, 책상이랑 책장 등엔 벚꽃색 머리 남자 인형이 있었다. 그는 포스터와 인형을 보면서 썋였던 스트레스를 푼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샌가 그에게 빠져있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어이없었다. 남자가 남자아이돌 팬이라니... 하지만 그 아이돌은 다른 여자배우들보다 예뻐서 좋았다.
또 방송을보면 착하기도 하였고, 그레이의 머릿속에서 오늘이 나츠가 게스트로 나오는 스케치북을 하는 날 이였다. 그는 다급하게 옷을 갈아입고 리모콘으로 TV를 틀었다. 채널도 딱 프로그램이 하는 거라 다행이였다. 마침 광고가끝나고 하려던 참이였나보다.
‘안녕하세요.크레파스의 리사나입니다.•••’
‘다음질문으로 넘어 가볼게요. 나츠씨는 어릴때 어떻게 자라셨나요?’
‘다른애들처럼 평범하게 자랐죠, 뭘... 하하.’
저 답변 뭔가 어색하였다. 웃는것도 어색하였고, 나츠가 말하는건 거짓말인거 같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광고를 하고있었다. 문득 뭔가를 잊은거같았다. 드디어 생각났는지 그레이는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컴퓨터를 키고 마우스를 움직였다. 화살표가 클릭 한 것은 즐겨찾기에 저장이 되 있는 나츠의 정식 홈페이지였다. 이미 팬카페에도 공지가 나왔다. 치열한 경쟁률에 드디어 자리를 예약하였다. 엄청난 클릭질 덕분인거같다.
벽에 거울만 붙여있는 곳에 벚꽃머리의 남자가 안무연습을 하고있었다. 연습하기 편한 복장으로 이번에 나올 앨범으로 인해 연습을 하는것이다. 그는 춤을추는 동안 또 과거의 일이 생각났다.
‘싫어요! 저리가란 말이예요!’
‘괜찮아, 끝나면 용돈줄테니까 가만히 있어.’
‘누가 저 좀 살려줘요!’
“으아악!”
콰당 소리를 내면서 그는 넘어졌다. 다른 생각을 하느라 발을 헛디은 것이다. 한숨을 쉬며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요즘에는 그때 일이 자꾸 떠오른다. 좀 생각이 안 난다 싶으면 꿈에서 나오기도 한다.
이런생각을 접고 시계를 보았다. 벌써 저렇게 됐나... 나츠는 일어나서 샤워실로 향했다. 차를타고 집으로 향하고있었다. 너무 피곤한 탓에 졸고야 말았다.
몇시간 잔 듯한 기분에 눈을떴다. 조금은 개운해진 거 같다. 근데 자기가 아는 집이 아니였다. 얼른 발을 바닥에 닿고 일어났다. 여기는 처음보는 곳 이다. 혹시 자신이 납치 된 것인가 하고 문손잡이를 잡는 순간 퍽 하고 나츠는 넘어졌다. 밖에서 문을 연 거 같다.
“뭐 하는거야?”
익숙한 목소리에 올려다보니 자신이 잘 아는 매니저였다. 나츠는 안도의한숨을 쉬며 천천히 일어났다.
“지금 몇신데 아직도 자고있는거야? 얼른 씻기나 해.”
성격은 좀 까칠해도 잘 챙겨주는 면이 있다. 이제 자신의 매니저가 된 지 2년이 지났다. 익숙해 질만 해져서 나츠가 어떤 것이 필요한 지 알아서 준다. 전에 온 매니저는 너무 둔한 탓에 답답했지만 바뀐 뒤 부터 나츠는 한결 편해졌다.
매니저의 말을 듣고 욕실로 들어갔다. 씻는동안에 맛있는냄새가 풍겨왔다. 나중에 매니저일을 관두고 결혼을하면 잘 살 것이다. 욕실에 나오자 매니저는 식사준비를 다 끝냈었다. 나츠는 자동적으로 의자에 앉았다. 매니저가 나츠에게 컵을 줄 때 말을하였다.
“맞다, 오늘 콘서트 하는 날 인거 알지?”
컵을 받으려는 손이 순간 멈췄다. 벌써 그 날인가...
“시간 참 빠르네...”
“별로 안 좋아하는 표정이네?”
“콘서트따위 계약만 아니였으면 가수고뭐고 때려쳤어.”
“할줄아는게 노래랑 연기밖에 없으면서 그러면 배우를 하면 되잖아.”
“그때도 네가 내 매니저가 돼주면 생각해볼게.”
움찔하던 매니저는 숟가락을 들더니 나츠의머리를 때렸다. 퍽 하는소리에 나츠는 맞은 곳을 손으로 감쌌다.
“무슨 짓이야!”
“그럴빠엔 연예계를 은퇴해, 얼른 밥이나 먹어!”
짜증을 내더니 머리를 때렸던 숟가락으로 거칠게 밥을 먹었다. 처음에 장난으로 가나싶더니 폭력으로 끝났다. 그런면이 귀엽게 생각하면서 나츠도 숟가락을 들었다.
공연시작하기 1시간 전, 의상과 분장등은 모두 다 되었고, 이제 세트장 점검만 보면 된다. 아직 1시간 전 인데도 사람들은 많이 있었다. 나츠는 벌써 세번째 공연이라 별로 긴장은 돼지않았다.
“나츠씨, 준비해주세요!”
벌써 시간이 그렇게됐나. 의자에 일어나서 대기실을 나왔다.
공연장으로 올라가자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멀리서 ‘NATSU LOVE’라고 크게 쓰여있었다. 자신의 전용 봉도 많이 보였다. 이렇게 자신을 좋아하는 팬들이 많은데 은퇴라니 아무래도 은퇴는 좀 나이를 먹어서 생각 해 봐야겠다.
이제 공연을 하려고 노래가 틀어지는데 갑자기 치이익 하는 소리에 안개가 뿌옇게 나오고있었다. 그 덕분에 나츠의 모습은 보이지않게 되었다. 팬들은 팬서비스인가 하고 더 환호성을 질렀다. 반대로 아래에있는 관계자들은 난리가났다. 안개때문에 보이지않아서 나츠는 당황하였다. 놀라서 주춤거리다 발을 헛디었다.
“으악!”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아무래도 뭔가 잘못 됐나봐요!”
“이런 젠장! 우선은 꺼 봐!”
간신히 안개가 사라졌고 무대가 보였다. 나츠는 보이지않았다. 팬들은 놀랐고 관계자들도 마찬가지였다. PD는 욕을하더니 결국에는 공연중단을 하였다. 전에 받은 입장료는 이번주안에 입금하겠다며 사람들을 보냈다.
“뭐야, 아까는 있더니 어이없어서...”
“짜증나, 다시는 안 와.”
“에이 씨... 돈만 날렸네.”
사람들의 짜증남이 들리면서 무대는 조용해졌다. 그레이는 나가는도중 휴대폰을 두고 온 것이 생각나자 다시 들어갔다. 지금 관계자들도 밖에 나간상태였다. 그레이는 문이 닫히기 전 에 휴대폰을 들고 발길을 돌렸다. 그레이 눈에 띄인 건 특이한 색에 머리가 보였다. 설마하고 무대에 올라 가 보았다. 뒤쪽을 보니 나츠가있었다. 그레이는 놀라더니 쓰러져있는 나츠한테 다가갔다. 무대에서 떨어진건지 발목이 부어있었다. 얼른 치료해야겠다는 생각에 나츠를 업고 자신의집으로 뛰어갔다.
눈이 떠졌다. 이번에도 처음보는 천장이 보였다. 또 매니저 집 인가 하고 일어나서 문을열고 거실로 향하는데
처음보는 남자가 쇼파에 자고있었다. 나츠는 눈이커지면서 걷던다리를 멈췄다. 자신이 왜 여기있는건지 아니 저 남자가 왜 자고있는건지 남자는 뒤척이더니 눈을 천천히떴다. 나츠는 놀라서 조용히 주저앉았다. 굉장히 겁에 질린 표정이였다. 남자는 눈을비비면서 일어났다. 나츠를 발견한건지 나츠에게 향했다.
“괜찮으세요?”
남자의 목소리와 행동을보자 웬지모를 안도함이 느껴졌다. 나츠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네요.”
남자는 웃으면서 말하였다. 얼굴도 얼굴이다. 성격도 착해서 잘 대해줄 거같다. 근처에있던 전화기를 들었다. 나츠는 움찔하였다.
“좀 쉬다가 회사에 연락해드릴게요.”
“잠깐!”
남자의 손목을 잡았다. 남자는 의아한표정으로 나츠를 보았다.
“... 하지마요.”
“네?”
“전화 하지말라고요...”
“왜...”
자신의 과거를 말해 줄 정도로 믿지를못해서 그냥 입을 다물었다. 남자는 부드럽게 웃더니 알겠다며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럼 회사로 돌아가고 싶으면 말씀하세요.”
“아, 네...”
그때 나츠의 휴대폰이 울렸다. 매니저였다. 나츠는 미안한감정이 들었지만 배터리를 분리하였다. 당분간은 이러고싶다. 아이돌생활이 아닌 일반인생활을 말이다. 그것도 저 남자와 함께 말이다.
17. 12. 15 수정글
과거의 나레기 맞춤법 겁나 구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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